[논평] 스토킹 처벌법 시행 5년, 친밀한 관계 폭력 대응 강화하라!
2021년 10월 21일,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다. 그전까지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 처벌법상 8만 원짜리 범칙금으로 처리됐다. 특별법의 시행은 스토킹 범죄의 경각성을 높이고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일말의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강릉, 제주, 전주, 아산에서 연이어 스토킹을 신고하고도 살해당하는 사건에서 보듯, 스토킹 처벌법은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반복되고, 불안감·공포심을 주어야’ 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너무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맥락과 양태의 스토킹 현실과 맞지 않는다. 가해자들은 훨씬 교활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피해자를 괴롭히고, 그 외형은 한정적인 스토킹 범죄 구성요건에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훨씬 유연하고 광범위하게 스토킹 범죄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핑계로 드는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 역시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보호조치 요청을 주저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억류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해질 보복에 대한 염려 등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 개입이 알려지면 가해자에게 바로 살해될 수 있을 정도의 도리어 매우 높은 수준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피해자 호소를 외면하는 무능하고 안이한 대처”를 질타했다. 올해 3월에는 “책임자 감찰과 엄정 조치”를 지시했다. 8월에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주에는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를 말했다. 그러나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예산은 단 10원도 늘리지 않았다. 2027년 ‘스토킹·교제폭력 예방·홍보’ 예산은 2026년과 동일한 고작 2억 4,200만 원이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이 우선 해야 할 일은, ‘피해자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제재하는 정책 방향 전환이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구속과 유치, 전자장치 부착 등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스마트 워치와 모니터링 전화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반복된 피해자 살해로 넘치게 확인됐다.
장기적으로,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반영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스토킹은 별개의 단독적인 범죄 행위가 아닌, 친밀한 관계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연속적인 폭력의 맥락 속에 있다. 성폭력이 수반되거나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종국에는 살인으로 발전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해, 친밀한 관계 폭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
녹색당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서 살해당한 여성들의 명복을 빌며, 피해자의 용기를 낸 스토킹 범죄의 신고가 피해자의 사망으로 끝나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기관 및 국가의 역할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10월 22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