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의 후예들>, 이주엽
몽골제국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네개의 칸국은, 이후 어떤형태로 분화했는지. 이 책은 유라시아 유목민족 왕조들의 계보와 흥망성쇠를 따라가며 그들의 민족정체성, 계승의식, 서로간의 이합집산을 통해 몽골 이후의 유목세계가 어떻게 변화발전하였는지 추적한다. 우랄로부터 알타이까지, 북해에서 트란스옥시아나까지. 크림 칸국에서 티무르, 무굴, 카자흐, 우즈벡, 준가르와 북원, 대청까지. 몽골 이후 네개의 울루스는 각각의 칸국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했고, 주치 울루스와 차가다이 울루스, 대원 울루스는 저마다 후계국가를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
크림 칸국의 사례는 러시아와 폴란드에 드리워진 타타르의 멍에가 오랜 시간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1700년까지 조공을 보내고, 지속적인 영토분쟁 속에서 러시아가 확실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무력의 우위를 누리기까지, 크림칸국은 유럽의 최전방에서 러시아와 유럽을 위협해왔다. 러시아 역시 모스크바 대공국의 수립과 제국으로써의 체제 구축에서, 몽골로부터 본딴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일단 귀족계층부터 적지않은 수가 몽골 혈통이기도 했고. 러시아사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여성들의 주도권 역시 말하자면 타타르적 전통이기도 하다. 젬스키 소보르가 쿠릴타이로부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역시도 널리 주장되는 바이다.
티무르는 일 울루스와 차가다이 울루스를 통일시키며, 중앙아시아에 다시금 거대한 유목왕조를 구축한다. 그는 황금씨족에 이르는 자신의 몽골계 혈통을 강조했으며, 이는 그의 제국에 흥기했던 다른 왕조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유목민족의 민족의식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이는 그들이 스스로를 무엇으로 지칭하는지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권위는, 초원을 통일한 왕조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유목왕조는 다민족적 집단이고, 왕조의 흥망성쇠에 따라 그에 속한 이들의 소속감 역시 구분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튀르키예의 투르크 이름들어가면 다 우리역사 주장은 유목민족사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것이기도 하다. 오구즈투르크로부터 건국된 오스만 투르크는, 오히려 몽골제국에 대한 유대의식을 갖고있었다. 성문법인 카눈부터 징기스칸의 법, 자삭에 깊은 영감을 받아 작성된 것이다.
무굴제국 역시 스스로의 몽골 계승의식을 여러번 강조한다. 만샤브다르 제도 역시 10진단위의 계서구조라는 점에서, 몽골제국의 유산을 이어받았다. 특기할만한 점은 델리술탄 국 역시 몽골 출신 지배집단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북인도는 말 그대로, 전통적으로 유목민족들의 지배를 받아온 땅이다.
모굴리스탄과 트란스 옥시아나, 즉 마와라 안나흐르를 중심으로 카자흐가, 우즈베크가 오아조를 건설하고 세를 다툰다. 알타이호수 서편의 지명들이 이전에는 잘 구분이 안갔었는데, 후계제국들의 강역을 보면 이해가 간다. 모굴리스탄, 우랄 초원, 마와라 안나흐르야말로 구별되는 실체로써 유목제국이 수립될 수 있는 젖줄과도 같은 땅이다. 서편에서는 유목왕조 서면 꼭 여기서 발흥한다. 주변에서 난리가 나면 피란민들은 반드시 여기로 모여들고.
18세기가 되고, 조직된 정주민족의 군사력이 비로소 유라시아 동편과 서편에서 완전히 유목민족들을 압도할 때가 되어서야, 몽골제국의 후계제국들은 하나둘씩 막을 내린다. 특기할만한점은 러시아울루스가 주치울루스와 차가다이 울루스를 일통하며 대원 울루스까지 사정권에 넣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초원 전체를 영토로 두고있다는 점에서, 현대 러시아야말로 징기스칸에 가장 가까운 유목민족 국가 아닌가.
책 자체는 계보와 계승의식, 왕조의 약사, 유전체 분석결과등으로 다양한 갈래를 하나로 모아내어 개괄적인 소개를 목적으로 한다. 새로운 내용이 많아 순조로운 독서는 아니었지만, 유목민족의 계승의식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는 부분부분들이 뜻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