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은 일본인 아내들 — 부용회
“해방 직후엔 ‘벙어리’, 6·25전쟁 이후엔 ‘극빈자’로 살았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들의 모임 ‘부용회’ 회장 구마다 가즈코의 회고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이 해방되자, 한반도에 살던 일본인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조선인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일본인 여성들 가운데는 한국에 남은 이들이 있었다. 일본에서 남편을 만나 해방 뒤 한국으로 건너온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의 삶은 쉽지 않았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멸시와 욕설을 듣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자신의 출신을 숨기는 이들도 있었다. 남편과 헤어지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한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홀로 견디기만 하지 않았다.
1963년, 한국에 살던 일본인 아내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1966년 ‘부용회’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왔다.
회원 야마구치 마스에는 자신을 멸시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회고했다.
“나 이름이 있습니다. 야마구치 마스에.”
2026년 5월, 부용회의 마지막 국내 생존 회원으로 소개된 그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살아온 이 여성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